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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했는데 체중계 숫자가 꼼짝도 안 한다면, 혹시 의지력이 부족한 게 아닐까 스스로를 탓하고 계시지는 않나요? 저는 삭센다를 시작으로 다이어트 주사를 여러 번 시도했고, 잘 될 때와 안 될 때가 극명하게 갈리는 걸 몸으로 겪었습니다. 살이 안 빠지는 데는 의지 문제가 아닌, 생물학적 이유가 있습니다. 느린대사와 다이어트 주사의 관계를 제 경험과 함께 짚어봤습니다.

약물 노출 — 내 몸집이 약보다 컸던 이유
다이어트 주사를 맞으면 누구나 똑같이 빠진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렇게 알려져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제가 직접 삭센다를 써봤는데, 처음 몇 번의 시도에서는 거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2022년 시도에서야 처음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는데, 그 전과 달라진 게 뭔지 당시에는 잘 몰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약물 노출(Drug Exposure)의 차이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약물 노출이란 동일한 용량을 투약했을 때 혈중에 실제로 얼마나 농도가 유지되는가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몸집이 크면 약이 퍼져야 할 공간이 넓어서 같은 양을 맞아도 혈중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마운자로 임상 연구인 SURMOUNT-1 사후 분석을 보면, 반응이 느린 그룹은 반응이 빠른 그룹에 비해 남성 비율이 높고 체중과 허리둘레가 더 컸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출처: NEJM, SURMOUNT-1 연구). 약이 안 듣는 체질이 아니라, 아직 내 몸집을 커버하기에 용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인 것입니다. 마운자로 기준으로 2.5mg에서 시작해 15mg 최대 용량에 도달하려면 중간에 한 번도 쉬지 않아도 5개월이 걸립니다. 그 과정에서 빼먹거나 용량을 올리지 않으면, 혈중 농도는 롤러코스터를 타게 됩니다.
- 체격이 크거나 체지방량이 많을수록 약물이 분포되는 공간이 넓어 혈중 농도가 낮아진다
- 3개월째인데 아직 2.5mg 또는 5mg에 머물러 있다면 효과적인 용량 구간에 진입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 연속 3회 이상 투약을 건너뛰면 혈중 농도 유지 자체가 무너진다
요약: 살이 안 빠지는 건 약이 무효한 게 아니라, 내 몸집 대비 약물 노출이 부족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사 적응 — 몸이 너무 똑똑해서 생기는 역설
저는 평생 다이어트와 싸워온 사람입니다. 어릴 때 식욕억제제(속칭 나비약)를 먹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는 효과가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약을 끊으면 폭식이 왔고, 요요로 오히려 더 쪘습니다. 지금 와서 강하게 의심하는 건, 그 무분별한 약물 복용이 지금의 느린대사를 만든 원흉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사 적응(Metabolic Adapta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것은 몸이 에너지 섭취가 줄어들었을 때 생존을 위해 기초대사량을 낮추고, 일상적 활동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마저 줄이려는 생리적 방어 반응입니다. 쉽게 말해, 뇌가 "굶어 죽겠다"고 판단하고 에너지 절약 모드를 가동하는 것입니다.
이 대사 적응은 세 가지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첫째로 기초대사량 자체를 낮춥니다. 비만 환자들은 이미 정상인보다 기초대사량이 낮은 경우가 많은데, 다이어트로 섭취를 줄이면 이걸 더 낮춰버립니다. 둘째로 니트(NEAT)가 감소합니다. 니트란 운동을 제외한 일상생활, 예를 들어 청소, 요리, 걷기, 말하기 같은 활동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를 말합니다. 다이어트 중 소파에 자꾸 눕고 싶고 무기력해지는 건 의지 부족이 아니라 이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입니다. 셋째로 식욕을 폭발시킬 기회를 호시탐탐 엿봅니다. 운동 후 "딸기 몇 개는 괜찮겠지"라고 느끼는 보상 심리도 사실은 몸이 유도하는 무의식적 반응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열심히 할수록 몸의 저항이 커지는 이 역설이 정말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몸이 이렇게까지 저항한다는 건 약이 실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저항 반응 자체가, 제가 평생 몸에 가한 식이 제한과 약물 남용이 쌓아온 결과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출처: NCBI, 대사 적응과 비만 관련 연구).
정체기 탈출 — 숫자 뒤에 숨어있는 진짜 신호들
체중이 멈췄다고 느낄 때, 실제로는 지방이 빠지고 있지 않은 걸까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마운자로 부작용 중 하나가 변비인데, 위장관 운동이 느려지고 식사량도 줄면 변이 잘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장 속에 쌓인 변의 무게만으로도 1~2kg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새로 운동을 시작했다면 근육 속 글리코겐과 수분이 저장되면서 체중이 일시적으로 오르기도 합니다. 가짜 정체기(Pseudo-Plateau), 즉 실제 지방은 줄고 있지만 수분·변·근육 내 저장물이 그 무게를 가리고 있는 현상입니다.
현재 저는 호르몬 양성 유방암 3기 치료 중이라 당장 마운자로나 위고비를 시도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운자로가 유방암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어, 치료가 끝나면 꼭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의 경우 체지방, 특히 복부 지방이 에스트로겐을 생성해 재발 위험을 높인다는 점에서, 체중 감량이 단순한 외형 문제가 아닌 치료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느린대사라는 것이 단순히 "살이 잘 안 빠진다"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음식을 소화하고, 영양소를 각 기관에 공급하고, 혈액에 산소를 싣고 순환시키는 이 모든 과정이 대사입니다. 저는 평생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지우고 싶어서 약을 먹고, 다시 폭식하는 패턴을 반복했습니다. 그 과정이 몸의 이 정교한 시스템을 오랫동안 방해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느린대사가 일으키는 질병은 비만 하나가 아닙니다. 간과할 일이 아닙니다.
SURMOUNT-4 연구에 따르면, 9개월 감량 후 마운자로를 끊은 그룹은 1년 뒤 빠진 살의 14%가 다시 쪘습니다. 반면 지속 투약 그룹은 체중이 유지되거나 5.5% 추가 감량이 있었습니다. 비만은 고혈압·당뇨처럼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라는 뜻입니다. 혈압약 잘 먹으니까 혈압 괜찮다며 끊으면 반드시 오르듯이, 다이어트 주사도 같은 맥락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운자로 맞는데 3개월째 몸무게 변화가 없어요. 약이 안 맞는 걸까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직 2.5mg 또는 5mg 단계에 머물러 있거나, 중간에 투약을 건너뛴 이력이 있다면 효과적인 혈중 농도 구간에 진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약물 노출이 내 몸집 대비 충분한지를 먼저 점검하는 게 순서입니다.
Q. 열심히 운동했더니 오히려 더 먹고 싶어지는데 의지력 문제인가요?
A. 의지력 문제가 아닙니다. 운동 후 보상 심리나 무기력증은 대사 적응 과정에서 몸이 에너지를 다시 채우려고 무의식적으로 유도하는 반응입니다. 일반적으로 의지 문제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생리적 보상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입니다.
Q. 다이어트 주사 맞으면서 변비가 심한데, 살 빠지는 것과 관계 있나요?
A. 있습니다. 마운자로 자체가 위장관 운동을 느리게 하고 식사량도 줄어드니, 장 속 변이 쌓이면 체중계에 1~2kg이 그대로 반영됩니다. 이 가짜 정체기(Pseudo-Plateau) 상태에서는 실제 지방은 감소 중이지만 숫자로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수용성 식이섬유와 수분 섭취를 늘리고, 심하면 진료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살 좀 빠졌다고 마운자로 끊어도 되나요?
A. SURMOUNT-4 연구 데이터를 보면, 약을 끊은 그룹은 1년 내에 감량분의 14%가 다시 찌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만은 혈압이나 당뇨처럼 지속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라는 시각이 있으며, 임의로 중단보다는 주치의와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