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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으면 병원에 안 가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일반적으로 암은 뭔가 이상한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부인과 암의 경우만큼은 그 상식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침묵의 암 — 증상 없이 자라는 부인과 암의 실체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유방암을 묶어 부인과 암이라고 부릅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은 의료계에서 '침묵의 암'이라고 불립니다. 여기서 침묵의 암이란, 병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자각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암을 뜻합니다. 복통이 생겼을 때쯤이면 이미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의료 현장의 현실입니다.
자궁경부암의 경우는 그나마 조기 발견율이 높은 편입니다. HPV(인유두종 바이러스), 즉 자궁경부에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밝혀져 있어서, 바이러스 유무를 검사하는 것만으로도 암 전 단계를 잡아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자궁경부암 1기에서 발견하면 치료 생존율이 90% 이상(출처: 국립암센터)에 달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완치로 가는 가장 빠른 길임은 분명합니다.
반면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은 국가 건강검진 기본 항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나라에서 2년마다 권장하는 국가 검진은 자궁경부암 검사에 한정됩니다. 자궁경부(子宮頸部)란 자궁 전체가 아니라 자궁의 입구 부분, 즉 질과 연결되는 좁은 통로를 가리킵니다. 자궁 안쪽(체부)이나 난소 상태는 이 검사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질초음파 검사를 따로 추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인과 암 종류별로 주의해야 할 증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궁경부암: 성관계 후 출혈, 평소와 다른 색의 분비물, 지속되지 않는 불규칙 출혈
- 자궁내막암·난소암: 초기엔 증상 거의 없음. 복통이 생겼을 때는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음
- 유방암: 움직이지 않는 덩어리, 피부 딤플링(dimpling, 피부가 안쪽으로 오목하게 패이는 현상), 유두·겨드랑이 안쪽 상단부 이상 소견
일반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면 그때 병원을 가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부인과 암에서만큼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치료 타이밍이 좁아진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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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진 시기 — 언제, 어떻게 받아야 하는가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그럼 언제 받아야 할까요. 저도 자궁내막증 진단 이후에야 비로소 산부인과를 제대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자궁내막증이란 자궁 안쪽을 덮고 있어야 할 내막 조직이 자궁 바깥쪽, 난소나 복막 등에 자라는 질환입니다. 생리통이 심하고 생리혈이 많아지는 게 주된 증상이고, 방치하면 난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피임약을 처방받아 먹었는데, 매일 정해진 시간에 복용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시간을 조금만 어겨도 생리가 불규칙해졌습니다. 그래서 미레나(Mirena) 삽입을 선택했습니다. 미레나란 자궁 안에 삽입하는 호르몬 방출 루프로, 자궁내막증 치료와 피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기구입니다. 보험도 적용되고 안정성도 높아서 차선책이 아닌 첫 번째 선택지로 꼽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생리혈이 너무 많아서 미레나가 혈과 함께 배출되어 버렸습니다. 병원에 가져갔더니 재사용은 불가능하다고 해서, 이번엔 임플라논(Implanon)을 시술했습니다. 임플라논이란 팔뚝 안쪽 피부 아래에 성냥개비만 한 막대를 삽입하는 피임 기구입니다. 미레나보다 안정성이 약간 떨어지고 부작용으로 생리 완전 중단, 부정출혈, 체중 증가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생리가 멈추니까 처음엔 편하다 싶었는데, 담당 선생님이 그건 좋은 신호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몸은 주기적으로 배출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그게 막히는 거라고요.
제거 권유를 받았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계속 미뤘습니다. 결국 항암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야 제거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판단이 틀렸다는 걸 압니다.
연령대별 권장 검진 항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및 관련 임상 가이드라인(출처: 대한산부인과학회)을 참고하면, 20대는 성경험이 있다면 자궁경부암 검사와 질초음파를, 30대부터는 유방 촬영 검사를 추가하고, 50대 폐경 이후에는 골밀도 검사(골다공증 여부를 확인하는 DEXA 검사, 즉 이중 에너지 X선 흡수 계측 검사)까지 포함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경험이 없다면 복부 초음파나 항문 초음파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검진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생리 기간에는 피하는 게 원칙입니다. 생리 중에는 면역력이 떨어지고, 검사 결과 정확도도 낮아집니다. 유방의 경우 생리 중 조직이 팽창해 통증이 심하고 판독 소견도 부정확해질 수 있습니다. 적어도 생리 종료 후 3일은 지나고 받는 것이 좋습니다.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CT나 MRI 같은 영상 검사는 임신 계획 3개월 전에 마무리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HPV 백신, 성경험 있어도 맞아야 하나요?
A.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HPV 백신은 성경험 전에 맞아야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기존에 감염되지 않은 유형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있고, 최근 연구에서는 46세까지 접종해도 충분한 항체 반응이 나타난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미 감염된 바이러스 유형 외에 추가 감염을 막는 효과가 있으므로, 늦더라도 맞는 쪽이 낫습니다.
Q. 국가 자궁경부암 검사 받으면 산부인과 검진 다 한 건가요?
A. 아닙니다. 국가 검진의 자궁경부암 검사는 자궁 입구(경부) 세포만 확인합니다. 자궁 안쪽(내막), 난소, 근종 등은 질초음파나 복부 초음파를 따로 받아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경부암 검사를 마치고 산부인과 검진을 다 받았다고 오해하시는데, 초음파 검사는 별도로 추가해야 합니다.
Q. 성경험이 없어도 산부인과 검진을 받을 수 있나요?
A. 받을 수 있습니다. 질초음파 대신 복부 초음파나 항문 초음파로 자궁내막과 난소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HPV 예방 접종도 성경험 여부와 관계없이 권장됩니다. 제 경험상, 성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검진을 미루는 건 오히려 발견 기회를 스스로 줄이는 셈입니다.
Q. 생리 중에는 유방 검사도 미뤄야 하나요?
A. 그렇습니다. 생리 기간 중에는 유방 조직이 팽창해 검사 시 통증이 심하고, 유방촬영술이나 초음파 판독 결과도 부정확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생리 종료 후 최소 3일 이후에 검사받는 것이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Q. 임플라논 부작용이 있다면 빨리 제거해야 하나요?
A. 의사가 제거를 권유했다면 미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귀찮다는 이유로 권유를 무시하고 항암을 시작한 뒤에야 제거했는데, 지금은 그 선택을 후회합니다. 부정출혈이 계속되거나 생리가 아예 멈추는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몸의 자연스러운 배출 주기가 억제되므로, 담당 의사와 상의해 적절한 시기에 제거하는 것이 맞습니다.

